'커버를 열면 이성친구가 웃으며 뭐하냐고 묻는다. 공부할 거라고 대답하니 자기와 놀아달라고 투정부린다.'

일본 히트 게임 '러브플러스'의 시작 부분이다. 다른 사용자가 게임을 하려고 하면 "누구세요"라고 되물으며 게임이 더 진행되지 않는다. 사용자 동작과 안면을 인식하는 종합 센서기술 덕분이다. 2000년 중반까지 센서기술이 일부 게임과 카메라와 마이크폰 정도에만 활용됐지만 크고 비싼 데다 성능은 떨어져 쓰임새가 한정적이었다

2007년 아이폰의 등장으로 상황이 급변했다. 터치센서 기능을 활용한 사용자경험(UX)이 적용된 것. 2010년엔 자이로스코프(중력계), 근접 센서, 조도 센서 등이 탑재되면서 여러 가지 기능을 스마트폰으로 구현했다.

곧 출시될 갤럭시S4에는 온도, 습도, 기압, 홀, 지자기 등 각종 최첨단 센서가 9종류나 탑재됐다. 센서기술이 정밀해지면서 관련시장도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 센서는 '인간의 모든 감각'을 갖췄다 해도 무리가 아니다.

카메라가 시각을 구현하고, 마이크가 청각을, 터치스크린이 촉각을 대신한다. GPS는 객관적 위치를 알려주고 가속도 센서와 자이로 센서는 균형감각을 구현할 수 있다. 다양한 센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가속도 센서와 자이로 센서다. 두 센서는 신체에서 달팽이관 역할을 한다. 즉 위치와 기울기를 인식하고 균형감각을 돕는다. 자동차용과 스포츠용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이 가속도 센서의 대표적 사례다.

자이로 센서는 기존 가속 센서에 각각 회전을 넣어 총 6축을 인식할 수 있게 해서 좀 더 정밀한 동작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센서다. 갤럭시S3의 잠금화면에서 화면을 누른 채 기기를 가로로 돌리면 카메라가 바로 실행되는 '카메라 신속 실행' 기능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자기 센서는 디지털 나침반 역할을 한다. 이 센서가 있기 때문에 현실화면 위에 3차원 화면을 입히는 '증강현실'이 가능하다. 근접 센서는 통화 중 단말기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거나, 주머니에 넣는 경우 화면이 자동으로 꺼지게 하는 LG 옵티머스 G프로의 '페이스 스크린 오프' 기능을 가능케 해준다.

옵티머스 G프로에는 가속ㆍ자이로ㆍ근접ㆍ조도ㆍGPSㆍ지자기 센서 등의 센서가 탑재돼 있고, 팬택의 최신 스마트폰 베가넘버6는 근접ㆍ조도ㆍ자이로ㆍ가속도ㆍ지자기 센서 등의 센서를 지니고 있다.

스마트폰과 더불어 센서의 적극적 활용으로 각광받는 분야가 게임이다. 스마트폰 안에 움직임을 예측하는 자이로 센서가 탑재됐기 때문에 이를 양옆으로 기울여 '니드포스피드' 등 유명 레이싱게임을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게 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 닌텐도의 콘솔 게임기에서도 이 같은 센서가 활용되고 있다. 닌텐도의 '닌텐독스+캣츠'는 '닌텐도 3DS'의 안쪽 카메라로 사용자 얼굴을 인식한다. 게임 속 강아지와 고양이가 주인의 얼굴을 기억해 강아지를 향해 고개를 갸웃하면 강아지도 따라서 갸웃하고, 주인이 얼굴을 화면 가까이 대면 혀를 날름거리며 핥아주기도 한다.

헬스케어도 센서 덕분에 고속성장하고 있다. 센서가 혈당, DNA, 효소, 항체 등 개개인의 건강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바이오 센서'가 등장했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바이오 센서가 '홈닥터' 노릇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혈당 등을 측정해 즉석진단을 내리고, 독소와 미생물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구제역ㆍ조류 인플루엔자(AI) 등을 미연에 방지하는 응용분야까지 널리 확장 중이다. 2016년에는 바이오센서 관련 시장이 1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장밋빛 미래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센서 기술력은 여전히 취약하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국내 센서 기술이 선진국과 비교해 65% 수준이며 소재 및 핵심 소자기술 수준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중국의 추격도 매섭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미국, 일본이 앞서 있지만 결국 나중에는 중국이 센서기술의 세계 선두로 거듭날 것"이라며 "현재 각종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센서도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이 많다"고 말했다.

센서시장의 발달이 가져올 시장 변화에 주목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지훈 명지병원 IT융합연구소장은 "센서 그 자체보다 2차 산업에 주목해야 한다"며 "기술과 산업 간 융합을 통한 미래기술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기 기자 / 원요환 기자 / 손유리 기자]


 

Posted by w우주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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